한국 의료기기의 원류는 한의학 ‘침’, ‘부항기’
오랜 역사 속에서 의료기기 정밀 기술 습득…이후 양방 의료기기 개발 바탕
첨단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의료기기 제조 산업.
우리나라 의료기기 제조 산업의 시초는 현대 의학이 전해지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수백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침'이라는 의료기기가 존재했다.
침을 제조할 수 있을 정도의 정밀하고 섬세한 기술은 이후 현대의학으로 중심 의학이 변화할때도 바탕이 돼 의료기기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의료기기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적 도구로 의학의 발전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변화돼 왔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던 의학은 한의학이었다. 한의학이 일반의학이었을 당시에는 한방침, 뜸기, 부황기 등의 의료기기가 개발돼 사용됐다.
고문헌에 따르면 한의학은 고조선 이전부터 시작됐고 이후 중국에서 전해진 동양의학의 영향을 받아 삼국시대에 들어서 점차 체계화됐다.
중국의 동양의학은 중국, 인도, 아라비아의 의학을 포함한 것으로 한나라때 들어 최초의 의서인 ‘황제내경’이 집대성된다. 이후 ‘신농본초경’, ‘상한론’ 등이 출간됐고, ‘본초강목’, ‘쌍서’ 등이 출간되면서 동양의학의 모습이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후기 허준이 ‘동의보감’은 이런 의서들을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게 정리
하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의학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한의학은 인체를 소우주로 보고 오장육부를 음양으로 나누어 음양의 부조화로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데 그 수단으로 약물요법과 침구요법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기공요법, 부항요법, 지압요법, 한방체조요법 등 물리요법이 병행됐는데 효과적으
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기기들이 발달했다.
과거 한의학은 치료방법이 서양의학과 달라 침구와 부항기 등 제한적인 기기만이 발달했지만 최근에는 첨단 과학이 결합되면서 설진기, 맥진기, 레이저 침 등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되고 있다.
한의학의 침구요법은 경혈을 자극해 피부 표면으로부터 생체기능의 변조를 조정하여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환을 치료하는의술이다.
참고로 침에 대한 효과는 면역 기능 강화 및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미 현대과학으로도 입증됐다.
한의학은 혈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규격을 지닌 침을 이용한다.
침의 종류만도 참침, 원침, 저침, 봉침, 피침, 원리침, 호침, 장침, 대침 등 9가지가 있으며, 이 침들은 각각 피부용, 혈맥용, 근육용으로 구분하고, 혹, 악창, 통증, 관절치료 등 질병의 특성에 따라도 구분해 사용했다.
이외에도 침은 사혈, 배농, 절개 등 외과적인 수술에도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침의 종류는 호침, 삼릉침, 피내침, 전침, 수침, 피부침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침의 구조는 침끝, 침몸, 침뿌리, 침자루, 침꼬리의 다섯 부분으로 구분이 되며, 길이는 1치3푼(약3.94cm)과 1치6푼(약 4.85cm), 굵기는 번호로 구분해 1~10번의 침이 주로 쓰인다.
재료에 따라 금침, 은침, 마한철침, 합금침이 있고 최근에는 스테인레스침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침과 함께 한의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료기기인 구(뜸)는 약재를 피부의 특정 부위 위에 올려놓고 태우거나 태운 김을 쏘여 질병을 치료하는 한방요법이다.
약재로는 쑥을 가장 많이 이용하나 뽕나무 가지나 복숭아나무, 개자, 한련초 등을 쓰기도 한다.
주로 경혈을 많이 이용하는 구점에 약쑥 잎을 가공한 뜸쑥을 연소시켜 생체에 온 열자극을 줘 생체반응을 일으켜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물리요법이다.
초기에는 별도의 의료기기 없이 시슬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쑥봉을 넣어 태울 수 있는 뜸기가 개발됐다.
또 부항기는 부항요법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경혈부위의 피부에 음압을 작용시켜 인체 내의 독소인 어혈을 뽑아내 체질을 정화하는 요법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민간요법으로 발전해 온 것으로 과거에는 동물의 뿔을 이용했으나 최근에 는 유리, 플라스틱, 나무, 세라믹 등의 재료로 제작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의료기기 제조의 원류는 한의학에 기반하고 있으며 지금도 한의학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진행돼 가시적인 성과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국내 개발 설진기, 맥진기, 약탕기, 피내침, 이철, 전철기, 뜸 등 의료기기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맥진기는 환자의 맥진, 혈압, 혈액순환 상태 등 심혈관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IT융합기술로 전통의학분야 활용은 물론 세계 시장규모가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혈압계 시장에 진출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